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리뷰/책 리뷰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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둘이 함께 살아간다는 것 30대, 초등학생 딸을 둔 기혼 여성. 스물넷에 결혼을 했고 스물여섯에 엄마가 된 나의 삶과 전혀 다른 삶을 엿보고 싶었다. 그들의 삶은 참 달랐고, 한 편으론 또 비슷했다. 책을 읽는 내내 나와 전혀 다른 세계의 사람들의 삶을 엿보는 게 아니라 멋지게 인생을 살아내고 있는 선배 언니들의 이야기를 담백하게 듣는다는 느낌을 받았다. 담백하다는 건, 꼰대 같지 않다는 말이다. 취향이 잘 맞는 싱글 여성 둘이 한강변에 30평대 아파트에서 고양이 네 마리와 함께 산다. 정리정돈을 잘하는 사람과 요리를 잘하는 사람이 가사를 분담하고, 물건을 쌓아두는 사람과 최소한의 물건으로 생활하는 사람이 각자의 라이프 스타일을 받아들이는. 두 사람의 이야기.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두 사람이 맞춰가며 살아간다는 점에서 두 사람..
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주인공 한아름은 조로증에 걸린 17세 소년이다. 이 소년은 어린시절부터 호기심이 많아 연신 '이건 뭐야?'를 외쳐대며 온종일 말을 줍고 다녔다. 그가 주운 말들은 그의 가슴 속에 낱말카드가 되었다. 해풍에 오래 마른 생선처럼, 제 몸의 부피를 줄여가며 바깥의 둘레를 넓힌 말들. 맑고 가벼워 사물에 달싹 붙지 않는 이름. 단어는 자신을 한없이 쪼그려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한없이 확장시킨다. 이름은 가볍고 작지만 그 이름이 표현하는 세계는 무궁무진하다. 작가는 주인공의 몸피를 줄여 바깥의 둘레를 넓히고 싶었나보다. 몸피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, 건강하면 할수록, 나라는 존재가 커지면 커질수록 바깥의 넓이는 좁아진다. 그녀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이 세상이 더 넓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나보다. 작은..
세계의 끝 여자친구 김연수 ‘세계의 끝’이란 어떤 의미일까? 시인은 희선씨에게 세상의 끝까지 데려가고 싶을 정도로 유부녀인 그녀를 사랑했다고 말했다. 사랑했지만 다른 사람의 아내인 그녀에게 차마 도망가자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. 메타세쿼이아는 그들이 함께 갈 수 있는 한계점이었고 그들은 더 이상 나아갈 수 없었다. 여기서 첫 번째 의미를 추측해볼 수 있다. 그녀와의 사랑은 그의 전부였기 때문에 그 사랑의 끝이 세계의 끝처럼 느껴졌던 것은 아닐까? 두 번째 의미는 바로 ‘그렇게요’에서 찾을 수 있다. 당장 내년 이맘때는 어떨지 모른 채, 다음 여름에도 햇살이 이렇게 뜨거울지 어떤 노래가 유행할지 다음에는 어떤 나라의 이름을 가진 태풍들이 찾아올지도 모르고 사랑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마지막인 것처럼, 마치 세계의 끝..